Loading...
원장님 칼럼 2017-08-24T14:04:31+00:00

원장님 칼럼

사서 고생하는 뜻은?

작성자
성로요양병원
작성일
2018-04-13 09:18
조회
33
사서 고생하는 뜻은?
滄巖 김 석 대
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번지점프라는 것이 있다.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橋)위에서 다리(脚)에 밧줄을 묶고 뛰어내리는 실성한 짓 같은 놀이이다. 높이가 40m를 넘는다고 하니 13층 아파트보다 더 높다. 그 후로 세계 각처에 번지점프가 생겨서 남아프리카 어딘가에는 200m 넘는 곳이 생기더니 미국에는 300m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한번 뛰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도,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뛰는 값이 기념 티셔츠 한 장 끼워서 20만원을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태평양에 바누아투(Vanuatu)라는 섬이 있다. 그곳 주민들은 풀치마를 입고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나무열매를 먹고 산다. 사방에 지천으로 널린 게 먹을 것이다. 그곳 바누아투에서는 남자가 성인이 되면 칡넝쿨같은 것으로 발목을 묶고 높은 나무에서 뛰내리는 것으로 성인식을 치룬다. 덩굴을 발에 감고 나무위로 올라가는 소년의 모습은 죽음을 향해가는 듯 심각하게 굳은 모습인데, 점프에 성공한 청년의 얼굴엔 자랑스러운 웃음이 활짝 핀다. 바누아투의 성인식을 본 뉴질랜드인들이 번지점프를 만들었다고 한다.
놀이공원에 가면 레일 위를 달리면서 곤두박질치다가 빙글빙글 정신없이 잡아 돌리고는 다치 내려쳐박는 놀이기구가 있다. 롤러코스터라는 것인데 그걸 돈내고 탄 사람들은 한참을 정신없이 휘둘리면서 방금이라도 죽을 것처럼 목이 터지도록 비명을 질러댄다.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제정신이라면 그런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쓸 것 같지는 않은데, 롤러코스터나 유령의 집같은 곳에 들어가려고 줄서서 기다린다.
왜 그런 위험하고 보람없는 일을 사람들은 즐기는 걸까? 정신분석을 한다는 사람들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본능(Thanatos)때문이라거나, 혹은 억압된 적개심에서 나오는 공격본능(Aggression)이라고 둘러댈 것이다. 그럴 듯하지만 아리송하다. 그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알고 보면 간단하다. 번지점프대에서 내리뛰는 이유는 뛰어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에 휘둘려도 마침내 안전하게 도착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고, 유령의 집에 들어가서 식은땀을 흘리는 것도 그건 진짜 귀신이 아니라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것을 믿고, 반대편 문으로 나가면 밝은 태양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아무리 Thanatos나 Aggression이 감언이설로 유혹해도 죽으려고 환장하지 않는 한 그런 짓을 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가끔 결혼식 주례를 하게 되면 신랑신부에게 들려주는 말이 있다. “항상 맑은 날만 계속되면 그 땅은 사막이 될 것이고 생명은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태풍이 바다를 휘저어 헤집어놓지 않으면 바닷속에는 생명이 살 수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폭풍과 비바람을 만나는데, 그것은 필요한 것이다. 비바람이 불더라도, 반드시 맑은 날이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희망을 놓지 않으면 즐기면서 견딜 수 있다. 시련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희망과 믿음으로 시련을 극복하라”고 당부한다. 신념이 없고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는 시련이 괴로운 일이지만,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신념과 희망을 가진 사람에게는 시련이라는 것이 돈 내고 줄서서 즐기는 오락이다.
나라가 어렵다고 한다. 이러다간 망할지도 모른다고 한숨쉬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나라는 오천년동안 사방에서 협공을 받으면서 시련을 겪었지만 아직 끈질기게 버텨낸 민족이다. 반세기를 편안히 지낸 적이 없는 역사를 가졌다. 허기사 지난 반세기 편안했으니 다시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되었다. 그러나 결코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롤러코스터는 한번 세차게 꼬나박았다면 다시 위를 행해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