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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2017-08-24T14:04:31+00:00

원장님 칼럼

작성자
성로요양병원
작성일
2018-02-06 11:56
조회
196


滄巖 김 석 대

낼모레가 설이다. 설이면 우리는 서로 복을 받으라고 인사한다. 우리는 일년에 설을 두 번 맞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에 속한다. 그래서 복도 두번씩이나 받는 행운을 타고난 백성들이다. 금년에도 설 연휴가 지나면 분명히 “복 많이 받으셨어요”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인사치고는 괘씸한 새해인사이다. 복이라는 것은 일년 내내 받아도 모자랄 판인데 새해 첫날 하루만 받으면 그만이란 말인가? 그런데 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복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아직 본 적이 없고, 손으로 잡아본 적은 더욱 없다. 예로부터 복에는 다섯가지가 있는데 이를 오복이라고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壽, 富, 康寧, 攸好德, 考終命, 이 다섯가지를 오복이라고 한단다. 그러면 우리 할머니께서 “이가 좋은 것도 오복”이라고 말씀하시던 그 오복은 어디로 간 걸까?
지난 주에 어떤 모임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어, 모인 사람들에게 새해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가지씩 말해보도록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청중들이 말을 못하고 주저하는 중에 몇사람이 가족의 건강, 남북통일, 복권 당첨 등을 새해의 소원이라고 대답했다. 나도 마음속으로 내 소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선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소원이 없어서가 아니고 너무 많아서 그중 한가지를 꼽기가 어려웠던 것인데, 그래도 한가지만 꼽아보니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무리 큰 부귀영화를 누려도 마음이 행복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고, 아무리 어려운 역경에 처하더라도 마음이 행복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새해 소원도 幸福, 즉 福이었던 것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건강한 사람보다는 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져서 사지가 마비되어 꼼짝못하고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던 40대 여자환자가 있었다. 어느날 회진을 하는데 그 환자가 활짝 웃으며 자랑스러운 얼굴로 나를 맞는 것이었다. 본래 명랑한 성품이긴 했지만, 그날은 유난히도 밝은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 “선생님, 내 손가락 좀 보세요.”하고는 자못 심각한 얼굴로 변하더니 있는 힘을 다 해 힘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보셨지요? 보셨지요? 움직였지요?”하며 소리쳤다. 어찌 보면 약간 움직인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그럴싸해서 생기는 착시인 듯도 싶게 그녀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약간 구부러졌다가 펴지는 것이었다. 그 새끼손가락의 미동이 그녀에게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비상만큼이나 기운찬 운동이었고, 그녀는 누가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행복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팔다리가 마비되어 새끼손가락 하나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희망을 가지면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한 일 중에 으뜸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일을 꼽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헤어져있으면 보고싶어 몸살이 나고 함께 있으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수록 만나는 기쁨도 크다. 이것이 사랑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기적이다. 명절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 막힌 고속도로에 머물러 있어도 즐거운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옳지. 새해에 등잔의 마왕이 나타나서 내게 한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면 난 행복을 달라고 말해야겠다. 더 착하고 힘센 반지의 천사가 나타나서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난 행복, 희망, 그리고 사랑을 달라고 말해야지. 신묘년 새해에 우리 친구들 가정에 사랑과 희망과 행복이 늘 함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