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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2017-08-24T14:04:31+00:00

원장님 칼럼

나는 가면을 쓴다.

작성자
성로요양병원
작성일
2018-01-24 11:16
조회
207
나는 가면을 쓴다.

滄 巖 김 석 대

나는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로 태어난 사람을 남자라고 한다. 그래서 난 남자이다.
학교다닐 땐 학생이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를 지금도 만나는데, 이름하여 동창생이다.
참 사랑스러운 한 여자를 만나 아내가 되어달라고 졸라 그녀의 남편이 되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했더니 의사가 되었고, 레지덴트를 마치고 정신과의사라는 직업을 얻었다.
지금은 수입보다 많은 지출 때문에 깨어있는 시간은 물론 꿈에서도 걱정하는 병원장이다.
젊었을 적엔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서 성가대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거룩한 노래를 부른다.
참, 깜빡 잊었는데 난 내 아이들의 아버지이다.
불법유턴을 하다가 교통순경에게 걸리면 비겁하게 웃으며 봐달라고 빌어보기도 한다.
방송같은데 나가면 권위있는 척하는 박사인데, 돈 빌린 은행에선 후줄근한 사시나무이다.
어쩌다 여자있는 술집에 가면 카사노바와 돈후앙의 DNA를 함께 가진 양 허세도 부려본다.
이 모든 것이 내 얼굴이다. 남자, 동창생, 남편, 정신과의사, 병원장, 예비역 장교, 성가대원, 아버지, 법규위반 운전자, 박사, 채무자, 그리고 카사노바 지망생, 등등 잠간 헤아려도 열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많은 얼굴은 갖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개의 얼굴로 울고, 웃고, 걱정하고, 허세부리고, 아양떨고, 뻐기면서, 얼굴을 바꾼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persona”라 하는데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phersu(가면)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말이다. 똑똑한 우리 독자들은 person이라는 말이 가면이라는 뜻에서 왔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사람은 가면을 쓰고 산다는 뜻이다. 내가 아들 대하듯 친구를 대할 수 없고, 환자 대하듯 아내를 대하지 않는다. 동창들을 만나면 머리칼만 백발이지 영락없는 개구쟁이로 돌아가는데, 내 아이들은 나의 개구쟁이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사람들은 항상 필요한 가면을 바꿔 쓰면서 산다. 때와 장소에 맞춰서 적절한 가면을 잘 골라서 쓰는 사람은 성공하기 쉬운데, 처신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은 적절할 때 적절한 가면을 바꿔 쓸 줄 알아야 한다. 만약 “나는 솔직하다. 언제나 내 모습대로 행동하고 절대 남을 속이는 가장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두꺼운 위선자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승자가 되려면 남이 어떤 가면을 썼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간파하면서, 자기 가면을 되도록 들키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많은 가면을 능숙하고 적절하게 잘 선택해야 하는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더 많은 가면을 더 잘 써야 국가간의 거래에서 이득을 많이 챙길 수 있고, 다른 나라를 위에서 호령할 수 있고, 국민들이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장로의 persona를 쓰고 교회에서 한 말을 두고 총리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아우성쳐서 쫓아냈다. 시간과 장소에 알맞은 가면을 쓴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세상의 삼라만상이 운행하는 것은 모두 하나님의 뜻이고, 심지어는 예수가 죽은 것도 오래전부터 계획된 하나님의 섭리라고 하는데 말이다. 만약 내가 환자를 대하듯 친구를 대한다면 남아있을 친구가 없고, 친구를 대하듯 환자를 대한다면 병원문을 닫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항상 여일한 태도로 모든 사람을 똑같은 얼굴과 태도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래서 침실에서 아내를 대하는 persona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며느리를 맞는 persona가 다르지 않고 여일하다면, 그렇다면 그는 진실로 쌍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