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원장님 칼럼 2017-08-24T14:04:31+00:00

원장님 칼럼

그런소리 마세요.

작성자
성로요양병원
작성일
2017-12-29 16:51
조회
69
그런 소리 마세요.

滄巖 김 석 대

모든 동물은 소리를 낸다. 사람도 소리를 낸다. 손바닥을 마주 부딪쳐서 손뼉소리를 내고, 좁게 오무린 입술 사이로 바람을 뿜어서 휘파람소리를 내는가 하면 기침소리와 재채기 소리로 감기에 걸렸다는 신호를 보내고, 몹시 아프면 신음소리를 내어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은 허파에서 내뿜는 날숨으로 각종 다양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데, 이러한 소리들을 빚어서 말을 만든다. 소리를 내면서 혀를 날름거리거나 입술을 오물거리는가하면 이를 맞부딪쳐서 나는 여러 가지 소리로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를 연결하여 말을 만든다. 짐승들은 소리만 낼 뿐 말을 못하지만 사람은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짐승과 다르다. 짐승들도 말을 한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나는 짐승들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믿지 않겠다. 그래서 나는 주장하건대 모든 동물들은 소리를 내지만 말을 할 수 있는 동물은 사람뿐이다.
사람들 중에는 말 같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일컬어 語不成說 이라고 하는데 말은 말이로되 말이 아니라는 말이다. 점잖게 말하면 ‘어불성설’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말도 안 된다’는 힐난이 되는데, 정도가 지나쳐서 ‘그건 소리다’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나머지 ‘사람의 말이 아니라 짐승들이 짖는 소리’라는 말로 상대를 폄하하는 말이 된다. 우리 파도소리 독자들은 워낙 점잖은 사람들이어서 폄하라는 말을 썼다. 그러나 상대의 말을 소리라고 평가한다면, 상대를 폄하정도가 아니라 짐승으로 비유하는 셈이 되는데 그건 욕설 중에서도 심한 욕설이다.
요즘 ‘그런 소리 마세요’라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특히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수도 없이 자주 듣는 말이다. 며느리가 시아버님에게도 ‘아버님 그런 소리 마세요’라고 말하고도 눈 한번 깜짝하면 끝이다. ‘그건 말이 아니라 소리예요’라는 뜻인데 직역을 하자면 ‘짖지 마세요’라는 뜻이 된다. 졸지에 개나 소같은 짐승이 되어버린 시아버님은 그런 욕설을 듣고도 눈 한번 꿈뻑하면 그만이다. 드라마건 교양프로그램이건 상대가 누구이건 가리지 않고 마구 서로를 향해 짖지 말라고 짖어댄다. 보기엔 분명히 사람들인데, 말을 들으면 온통 소리만 짖어대는 짐승들의 마당놀이를 듣는 것 같다.
우리가 배운 우리말은 참으로 정답고 아름답고 예의바른 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더럽혀지더니 요즘은 갈수록 정신 못 차리게 망가져간다. 잘 배운 우리들조차 감각이 둔해져서 ‘그런 소리 마세요’ 정도는 욕설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좋은 친구들 사이라면 ‘그런 말 말게’가 옳고 상대가 시아버님이라면 ‘그런 말씀 마세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상대가 시아버님이라면 말씀을 해라 말라 하는 것부터 잘못된 것은 아닐까?